2015년 11월 17일 화요일

포샤, 로절린드, 비올라 :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남장 여자(Portia, Rosalind, Viola : FTM Crossdressers in Shakespeare's works)


I. 개관

한 명의 위대한 예술가는 후세인을 얼마나 괴롭힐 수 있을까? 아마 영문학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라는 이름을 떠올린 순간 치를 떨지도 모른다.

그가 남긴 수많은 고전은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가령 오늘날 그의 여성관은 비판받는다. 그러나 그가 창조한 샤일록, 햄릿 등은 긍정적으로 재평가되기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속 남장 여자 세 사람을 살펴볼 것이다. 포샤, 로절린드, 비올라는 각각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의 여자 주인공이다.


II. 포샤, 로절린드, 비올라

1. 간단한 비교
포샤 vs 로절린드 vs 비올라

포샤 Portia
로절린드 Rosalind
비올라 Viola
작품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뜻대로 하세요>
As You Like It
<십이야>
Twelfth Night
시기
1596~1598
1599
1601~1602
남장 목적
본래 신분을 감추고 더 자유롭게 행동하기 위해서
To hide her identifies, and behavior more freely 
한 일
①재판관으로 변장해 안토니오를 구함
②바사니오의 혼인 반지를 사례로 받음
①가니메데로서 로절린드인 척하며 올랜도의 구애를 받음
②실비우스와 피비의 오작교가 됨
①체사리오로서 올리비아에게 심부름을 감
ISBN
9788901163420
9788967901684
9788954608398
3732430981
9788964291030
9788954608398
ohuism.blogspot.com


2. 여자 주인공의 태도: 능동적인 포샤와 수동적인 비올라
1) 능동적인 포샤
세 작품 중에서, <베니스의 상인>의 인지도가 가장 높다. <베니스의 상인>은 세 작품 중 가장 먼저 쓰였음에도 제일 완성도가 뛰어나다.

예를 들면 복선. 당시나 지금이나 반지는 혼약의 상징이다. 그것을 소중히 해 달라는 아내의 당부는 지당했다. 그래서 관객은 그것이 바사니오Bassanio를 곤란하게 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서사 자체가 강력하기도 하지만, <베니스의 상인>이 오늘날에도 꾸준히 사랑받는 건 단연코 포샤와 샤일록Shylock이라는 이방인 덕이다.

샤일록이 사악한 이방인이라면, 그를 벌하는 포샤는 정의로운 이방인이다. 샤일록은 계약을 빌미로 안토니오Antonio를 곤란하게 했다. 하지만 포샤는 이제까지 생각지 못했던 변장과 변론으로 안토니오를 구했다.

말 그대로 파격, 그녀는 틀을 깨 버렸다. 애초에 법정에서 변호할 자격이 없는 일반인 + 외국인 + 여자이기에 그녀의 개성은 두드러진다.

또 억지로 받아낸 반지를 숨긴 채 유유히 남편 바사니오를 놀리는 걸 보라. 포샤는 순종이 미덕이던 전통적인 여성상과 거리가 있다.

2) 수동적인 비올라
포샤와 여러모로 대조되는 것이 <십이야>의 비올라이다.

난파에서 생존한 비올라는 처음에 올리비아Olivia에게 의탁하려 했다. 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남장하고 오시노 공Duke Orsino을 찾아갔다.

그녀는 주도적으로 하는 게 거의 없다. 자신의 남장 신분인 체사리오Cesario와 오라버니인 서배스천Sebastian이 동일 인물로 오인되며 극의 위기가 심화한다. 그러나 비올라는 내내 이러한 사건을 회피하려 할 뿐이다.

그렇다고 비올라가 사랑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가 하면, 그것 또한 아니다. 이게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이 이 극의 마지막이다. 오시노는 비올라의 남장을 자신이 직접 '제거'한 후에야 그녀를 아내로 맞는다.

<베니스의 상인>의 포샤와 <뜻대로 하세요>의 로절린드는 남장한 채로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자신의 연인 바사니오와 올랜도Orlando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남장한 비올라는 그저 오시노의 시종일 뿐이었다. 게다가 그의 연애에 도움이 되긴커녕 훼방만 놓았다.


3. 숙명 속의 정절: 순수한 사랑과 극적인 구원을 보상으로 받다.
1) 16세기의 여성관: 여자는 남자에게 속한 불완전한 존재이다.
16세기 여성의 인권이 어땠는지 생각해 보자. 당시 사람들은 여성은 남성의 그늘에 속해야만 완전해진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가치관은 세 사람에게 공통으로 적용돼 있다.

포샤는 약속을 깬 남편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심지어 반지를 찾기 위해 다른 남자와 동침했다고 거짓말한다.

로절린드는 여자한테 구애하는 법을 알려 주는 척하며 올랜도를 살살 길들이고 있다. 또 그걸 무척 즐긴다.

이토록 재미있게 행동하는 포샤와 로절린드는 결혼을 오매불망 고대하고 있다. 로절린드의 대사에서 이 시기 결혼관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모두 반쪽짜리 서로 다른 동전 같아요. 맞는 짝을 찾기 전에는 괴물처럼 보이죠."
There were none principal; they were all like one another as halfpence are; every one fault seeming monstrous till his fellow-fault came to match it. 
- Rosalind, "As you Like it" - 

이 말이 곧이곧대로 안 읽히는 건 작중에 묘사된 정황이 상당히 불편해서다. 포샤와 로절린드는 통통 튀지만, 결국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그들은 남편의 '것'이 되고 싶어 한다. 그들은 마치 바사니오와 올랜도의 고생에 대한, 일종의 전리품처럼 보인다.

2) 정숙한 여성을 남성이 구원한다.
비올라는 두 사람과 비교하면 훨씬 더 전형적이다.

그녀는 극 초반부에 오시노를 열렬히 사랑하는 여인이 바로 자신이라고 고백한다. 그러나 오시노는 그 얘기를 한 귀로 흘려듣는다. 비올라는 자기 마음이 완전히 무시되어 상처받는다. '가련한 여인'이 된다.

운명은 그녀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안 그래도 힘든데, 생전 처음 본 올리비아는 글쎄 남장한 자신을 좋아한단다.

어영부영 삼각관계에 빠진 그녀는 자기 주인을 배신할 수 없어 끙끙댄다. 비올라가 정절을 지킬수록 그녀는 곤란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기 마음을 접지 않는다. 답이 없는 짝사랑을 끝내지 않는다.

압도적인 환경이 주인공을 괴롭힌다. 이 운명이란 것이 너무 기구해서 도무지 주인공이 행복해질 것 같지가 않다. 이런 때 관중은 안타까워하며 외부에서 어떠한 구원이 있기를 바란다.

"용사는 마왕에게 붙잡힌 공주를 구했습니다. 그리하여 예쁜 공주님과 결혼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위에 딱 두 줄로 된 아주 짤막한 이야기가 있다. 여기서는 공주의 적극적인 모습을 한 톨도 찾을 수 없다.

이 닳아 빠진 전개가 짜증 난다고? 그런데 2015년에도 이건 아주 잘 먹힌다. 인간은 오랜 세월 이런 이야기를 좋아했다. 즉, 위의 이야기는 대중성이 확보된 전개이다.

현대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외부로부터의 구원'이라는 전개에 살을 좀 덧댄 것뿐이다. 비단 여자만이 아니라, <바보 온달과 평강 공주>에서 보이듯이 남자에게도 이러한 마음이 있다. 이야기란 본래 인간의 욕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런 전개를 위해 주인공의 마음은 어떻게 묘사돼야 할까? 답은 뻔하다.

정숙한 여인이 운명에 저항하기 벅찰수록, 그녀의 사랑은 애틋하게 빛난다. 그리고 그녀를 '구해 주는' 남자 주인공의 등장은 그만큼 극적인 감동을 자아낸다.

그래서 비올라는 자신을 구원해 주는 오시노에 의해 남장을 '제거'한다. 그의 앞에서 진짜 여자가 될 수 있다. 이것은 포샤가 스스로 정체를 밝히고, 로절린드가 잠시 자리를 피해 여자 차림으로 꾸민 것과 다르다.

비올라는 극이 이끄는 대로 그저 가만히 '당하고 있기만 하면' 됐다. 그녀에게 남장은 다른 두 사람과 달리 족쇄였기에. 도저히 혼자서 저항할 수 없는 거대한 운명이었기에.


III. 결론

고전을 읽다 보면 문득문득 짜증이 치솟는다. 성적 지향, 신분, 어린이, 여성, 외국인, 인종, 장애인, 종교, 출신 지역 등으로 한 인간을 차별하는 것이 정당할 때가 있어서다.

한편으로는 참 다행이다. 인류는 진보했고, 다름이 틀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옛 시대의 가치를 악습이라 인지하는 것이 그 증거이다. 내가 이렇게 불쾌한 기분이 드는 것은, 그만큼 사회적 약자에게 공감하는 훈련을 받은 결과이다.

셰익스피어는 대문호이며 그의 작품은 오늘날에도 배울 점이 많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위대하다 해도 인간은 인간이다. 그의 여성관은 시대적 한계를 분명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의 작품을 늘 새롭게 읽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찬양 혹은 비난은 지양해야 한다. 뚜렷한 주관을 지니고, 셰익스피어가 만들어 낸 '남장 여자'를 비판하고 재해석해야 한다.


[English]

I. Overview
William Shakespeare(1564~1616) have used various unique roles including FTM Crossdressers. Portia of The "Merchant of Venice", Rosalind of "As You Like It", Viola of "Twelfth Night" are typical examples. They all crossdress to hide her identifies, and behavior more freely. We can find out a view of womanhood in 16th century by their life.

II. Portia, Rosalind, Viola
1. Simple comparison
2. Heroine's attitude: active or passive
3. Fidelity in her fate : Pure love and dramatic salvation

III. Conclusion
Shakespeare was great dramatist. But he never be free of limitation of the times. We should read and think his works with critic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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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고리(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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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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